제37장 함이 없으나 하지 못 함이 없다


도상무위이무불위 (道常無爲而無不爲)

도는 항상 함이 없으나 
하지 못 함이 없도다.


가. 위(爲)

노자 철학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은 '무위이무불위'라는 말이 이장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이것은 노자 철학의 근본을 이루는 중요한 구절이니만큼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원래 노자의 무위는 3단계 구조로 되어있다. 즉, 위(爲)가 있고, 그 다음 무위(無爲)가 있으며, 마지막으로 무불위(無不爲)가 있다. 위(爲)는 모두가 행하는 것이고, 무위는 도인이 행하는 것이며, 무불위는 천지가 행하는 것이다. 노자가 볼 때 천지자연의 도는 언제나 '무위이무불위(無爲而無不爲)'라는 위대한 경지를 보여주지만, 우리 인간의 행위는 그렇지 못하다. 우리 인간은 욕망과 이해타산에 사로잡혀 무위(無爲)에 이르지 못하고 헛된 작위(作爲)를 일삼다가 일을 망친다.

우리 인간은 행위(爲)의 세계 속에서 산다. 우리는 '위(爲)'가 없이는 살아갈 수가 없다. 이것은 노자도 마찬가지이고, 우리도 마찬가지다. 즉, 노자가 말하는 무위(無爲)는 무행위(無行爲)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분명히 행위는 있다. 그런데 그 행위가 어떤 때는 무위(無爲)이고 어떤 때는 유위(有爲)이다. 양자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그것은 다름 아닌 '행위자'의 존재 여부이다. 행위자가 존재하면 그것은 유위이고, 행위자가 없으면 무위이다. 행위자가 사라져야 한다. 행위자가 사라져야 무위가 온다.

심리학적 측면에서 말하자면, 유위란 노이로제에 걸린 상태에서 나온 불필요한 행위라고 정의할 수 있다. 노이로제적 욕구가 없어져야 무위가 되는 것인데, 우리 중생들은 무의식의 찌꺼기가 남아있어서 이것이 안 되고 자기도 몰래 강박적 행위, 즉 유위를 계속하는 것이다.

심리학적으로 볼 때 유위란 이렇게 불필요한 행위를 강박적으로 행하는 것이다.그러니까 유위란 마음속이 굉장히 바쁜 것이다. 반면에 무위는 마음이 한가하고 여백이 있으며 다소 릴랙스한 상태이다. 따라서 무위는 유위와 달리 아무 불필요한 행위를 하지 않는다. 무위는 늘 깨어있는 마음이라서 불필요한 행위는 일절하지 않지만, 필요한 행위는 바로 바로 뭐든지 한다. 그러니 무위는 하지 못 함이 없는 것이다. 정리해 보자면, 유위란 불필요한 행위만 하고 필요한 행위는 못하는 정신의 노예상태를 말하는 것이며, 무위란 정신이 주인 자리를 회복하여 필요한 행위만 하고 불필요한 행위는 안 하는 건강한 상태인 것이다.


나. 무위(無爲)

노자의 관점에서 보면 서양철학이라고 하는 것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인위적 지혜의 모음집'같은 것이다. 그런 것으로는 도(道)를 밝힐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도로부터 멀어져갈 뿐이다.

도는 결코 자아와 양립할 수 없다. 자기를 텅 비워 깊은 고요에 도달했을 때, 그때 비로소 도가 드러난다. 도는 인간의 생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생각이 끊기고 분별이 사라져야 도가 나타난다. 인간의 생각이 시작되면 도는 이미 사라지고 없다. 요컨대, 끊임없이 재잘대는 '자아'가 완전히 침묵해야만 도가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장가는 이것을, 
유도집허(唯道集虛) - 도는 오로지 텅 빈 곳에만 모인다
라고 말했다.(인간세편)


다.무불위(無不爲)

인간세계의 모든 혼란과 위기는 인간의 욕심에서 오는 것이지 딴데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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