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30.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철학, 과학, 예술, 종교, 신비 편
0 진리
모든 것이 진리라는 생각은 어떤 것도 진리가 아니라는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
1 철학
현대철학의 문을 연 니체는 그리스도교가 '대중을 위한 플라톤주의에 다름 아님'을 정확하게 지적했다.
아무래도 세계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는 것 같다. 본질이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들과 현상이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들 말이다. 철학이라는 분야가 어렵고 복잡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세부 내용만 조금식 바뀔 뿐, 이 두 종류의 사람들이 시대를 초월해서 싸우고 있는 것이다.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절대적이고 본질적이며 현실에 없는 무언가의 질서를 찾으려는 이상적인 사람인가, 아니면 그런 사람들을 꼴 보기 싫어하고 눈에 보이는 경험적인 것들을 중요시 하는 현실적인 사람인가?
귀납법은 과거의 관찰을 토대로 미래를 예측하려 한다. 그런 까닭에 귀납법은 언제나 미래에 틀릴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데카르트의 사유는 신이 아니라 인간으로부터 모든 세계의 증명을 시작한다. 진리에 도달하는 길은 나의 의심과 회의를 통해서이고, 나의 존재 증명이 신과 세계의 존재 증명보다 앞선다. 즉 인간의 이성이 우선이고, 신과 세계는 이로부터 파생되어 증명되는 것이다.
합리론자인 데카르트는 수학, 기하학 등의 완벽한 보편자로부터 세계 전체를 추론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어 보인다. 도대체 보편에 대한 지식은 어디서 온 것인가? 그건 어쩔 수 없이 특수한 개별자를 일일이 확인해서 알게 되는 것은 아닌가? 이를 지적하며 등장한 사람이 경험론자 베이컨이다. 그는 연역법이 우리에게 새로운 지식을 주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연역법은 지식의 확장 없이,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을 매 순간 특수에서 확인하는 것뿐이다. 학문이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할 때, 연역법은 학문의 진보에 있어서 쓸모가 없다.
베이컨은 개별적인 특수를 종합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하나의 보편 명제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합리론자들이 말하는 이성은 주관적인 독단에 빠지기 쉬워서 위험하고, 경험론자들이 말하는 경험은 물자체를 인식할 수 없으니 불가능하다. 하지만 우리 모두의 사고 구조가 동일하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 사고의 형식을 분석함으로써 진리에 도달할 수 있다.
칸트는 세상을 판단하고 있는 주체의 판단 구조에 관심을 기움임으로써 객관적 경험에만 관심을 갖는 경험론과 주관적 이성에만 관심을 갖는 합리론을 종합해냈다.
2 과학
재미있는 건 실제로 과학자 집단이 과학에 대해 갖는 신뢰보다 대중이 과하거에 대해 갖는 신뢰가 더 크다는 점이다. 과학의 실제 내용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면서 과학이 진리라고 믿는 마음가짐은 전혀 과학적이지 않으며, 어떤 면에서는 매우 종교적이다.
쿤에 의하면 과학혁명은 과학적이지않고 정치적 권력 투쟁의 결과다. 과학의 역사는 점진적인 진보의 역사가 아니라, 혁명적인 단절의 역사였다.
특수상대성 이론이 '빛'에 대한 이론이었다고 한다면, 일반 상대성이론은 '중력'에 대한 이론이라고 단순하게 요약해볼 수 있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한다면, 특수 상대성이론이 우주에서 등속도로 움직이는 '특수'한 영역의 물리학에 대한 것이었다면, 일반 상대성이론은 등속도를 포함한 가속도 운동을 하는 '일반'적인 영역의 물리학으로 그 적용 범위를 넓힌 것이다.
아인슈타인에 따르면 중력과 가속도는 구분되지 않는다. 이를 '등가원리'라 한다.
특수상대성 이론에서는 속도가 매우 빨라지면 시간이 느려지고 공간이 변화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만약 중력과 속도를 구분할 수 없는 것이라면? 중력이 매우 강해진다면 동일하게 시간이 느려지고 공간이 변형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중력 현상이 실제로 공간의 휘어짐이라는 것이 밝혀지게 되었다.
빛은 질량이 없으므로 뉴턴역학에 따르면 중력의 영향을 받는 대상이 아니다. 그런데 빛이 중력에 의해서 휘어졌다는 것은 중력이 특정한 힘이 아니라 공간의 휘어짐이라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블랙홀은 시공간의 곡률을 만드는 물체 M의 질량을 무한히 높여간다고 가정함으로써 예견될 수 있다. 질량이 점차 커질수록 M이 만드는 시공간의 곡률은 무한히 커질 것이고, 결국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는 깊고 강력한 곡률을 만들어낼 것이다. 우리가 '본다'는 것은 물체에 닿아서 튕겨 나오는 빛을 감지하는 것인데, 한번 닿은 빛이 시공간의 급격한 곡률 때문에 빠져나올 수 없다면 우리 눈에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이다.
소립자는 마치 우리가 관측을 하는지 하지 않는지를 알고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관측하고 있지 않을 때는 자신의 위치를 확정하지 않고 확률로만 존재한 채 두 개의 슬릿을 동시에 통과해서 파동처럼 행동하지만, 관측을 시작하면 자신의 위치를 확정해서 입자처럼 행동한다. 다시 말해 관측이라는 행우가 확률로 존재하고 있던 세계를 하나의 세계로 확정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3 예술
르네상스 미술이 이성적인 측면이 강했다면, 바로크와 로코코는 감성에 호소하는 예술 사조였다. 다만 바로크는 무겁고 어두운 반면 로코코는 밝고 가볍다는 차이가 있다. 바로크는 포르투갈어로 '비뚤어진 진주'라는 뜻이다. 처음에는 르네상스 미술에 비해 단정하지 않고 우아하지 못하다는 경멸적인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었으나. 이후 전 유럽을 휩쓴 고유한 양식으로 자리매김했다.
강렬한 명암을 바탕으로 화려하고 역동적인 바로크 화풍은 루벤스에 이르러 정점을 이루었다.
로코코는 부르주아와 귀족의 주거 장식을 위해 아늑하고 감미로운 동시에 에로틱한 감성의 밝은 화풍이 주를 이룬다.
4 종교
코란에는 예수의 십자가 처형에 대해서 기록되어 있는데, 흥미로운 점은 실제로 처형당한 인물이 예수가 아닌, 예수를 대제사장들에게 팔아넘긴 유다라고 기록되어 있다는 점이다.
5 신비
우리는 살아 있음의 신비를 이해하기 위해 '의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의식은 내적 세계를 의미한다. 그리고 이 내적 세계는 현상 세계를 말한다. 문제는 너무나도 선명하게 펼쳐져 있는 눈앞의 현상 세계가 실제로는 내 머릿속에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내 외부로 나가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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