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도덕경

[노자 - 도덕경] 제49장

snugpoooh 2015. 9. 14. 10:49

성인에겐 하나로 고정된 마음이 없고
백성의 마음을 자신의 마음으로 삼는다.

착한 사람에게도 착하게 대하고
착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착하게 대하니,
결국 착함을 얻는다.
믿음직한 사람에게도 믿음으로 대하고
믿음직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믿음으로 대하니,
결국 믿음을 얻는다.

성인은 세상 속에 임할 때
온 천하와 그 마음을 함께 하나니,
성인은 모두를 어린아이처럼 대한다.


 

천지자연의 도는 우리 인간들과 달라 선과 악을 구별하지 않는다. 선인에게도 똑같이 햇볕을 비춰주고, 악인에게도 똑같이 햇볕을 비춰준다. 선인의 밭에도 똑같이 비를 내려주고 악인의 밭에도 똑같이 비를 내려준다. 선인의 집에도 똑같이 일용할 양식을 허락하고, 악인의 집에도 독같이 일용할 양식을 허락한다. 이처럼 천지자연의 도는 선과 악을 구별하지 않고, 선에 대해서도 무심하며 악에 대해서도 무심하다.

천지자연의 도는 선악에 대해서만 무심한 것이 아니라, 미추에 대해서도 무심하고, 고저 · 장단에 대해서도 무심하다. 생각해보면 선악이니 미추니 고저니 장단이니 하는 것들이 모두 인간의 머리에서 나온 관념들이지, 천지자연이 만들어 낸 것이 아니다.

우리 인간 존재는 아무리 아는 것이 많다 해도 결국 '아침에 잠깐 났다 시드는 버섯'이요, '여름 한 철 사는 메뚜기'에 불과한 것이다. 우리는 결코 우주 저편에 있는 저녁과 새벽을 알 수 없고, 봄과 가을을 알 수 없다. 노자가 말한 '성인(聖人)'이란 바로 이런 점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고 있는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자의 말처럼 '성인에겐 하나로 고정된 마음이 없는' 것이다. 그는 인간의 모든 가치판단이라는 것은 결코 절대적이 아니며 다만 상대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착한 사람에게도 착하게 대하지만, 착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착하게 대한다. 그리하여 착함이 착하지 않음을 이겨 마침내 착함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신(信)과 불신(不信)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성인은 그 양자를 마지막까지 따져 묻지 않는다. 다만, 그는 자신의 할 바를 행할 뿐이다. 믿음직한 사람에게도 믿음으로 대하고 믿음직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믿음으로 대한다. 이것이 그의 길이다. 그리고 그 길을 끝애서 믿음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성인은 세상 속에 임할 때 아무 기대를 갖지 않는다. 어떤 기대를 품는 순간 성인의 마음에 미혹이 생기는 것이며, 다음 순간 성인도 일개 범부의 상태로 굴러 떨어지는 것이다. 성인은 세상 속에 임할 때 그의 마음속에 일체의 분별심이 없다. 그는 텅 빈 마음으로 사물을 대한다. 특히, 사람을 대할 때는 기대 거는 것을 최소화하여 모두를 다 어린아이처럼 대한다.